나는 회사에 지원해보기 전에 지원하려는 회사의 게임을 해보고 리뷰를 쓴다.

인사 담당자가 내 블로그를 읽을지는 둘째치고, 읽었을 때 긍정적으로 볼지 부정적으로 볼지 조차 몰라서 사실 쓰는게 맞나 싶다.

그래도 일단 게임을 해보고 글은 쓴다. 오늘 시작했고 2-22 딱 깨고 3-1진입한 시점에서 작성한다. (게임에서 핵심적인 재미인 스킬 조합이나 프리셋 부분은 아직 제대로 경험을 못해봐서 언급하지 않았다.)

 

처음 게임을 켰을 때는 익숙한 맛이 느껴졌다.

음. 방치형.

사실 나는 방치형 게임을 잘 안한다.

방치형이라는 장르를 싫어하거나 그런게 아니라

중학생 시절에 방치형 장르의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질려서 그렇다.

특유의 강화 버튼을 통한 게임플레이와 퍼주는 다이아를 통한 뽑기로 도파민을 유도하는 디자인은 이제 익숙하다 못해 뻔하다.

그래도 인터넷에서 찾아본 결과 달토끼 키우기는 기존 방치형 게임과는 다르다는 내용을 보고 좀더 파보기로 했다.

 

처음에 내가 의문을 가진건, 왜 아직도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였다.

나는 방치형 RPG라는 장르는 진화해서 모바일 로그라이트/뱀서라이크 게임이 되었다고 본다.

기존 방치형 RPG 장르의 고질적인 문제인

1. 성장의 한계: 결국 게임을 진행할수록 성장 컨텐츠는 바닥나며 성장하는 속도가 줄어듦-재미가 줄어듦

2. 게임플레이의 한계: 키우기 게임은 결국 전투를 안하고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UI를 열고 버튼 누르고 닫는걸 반복하는게 메인이다. 근데 이것도 계속하다보면 질린다.

를 해결한 모바일 뱀서라이크

1. 인게임 아웃게임을 나누어, 인게임에서 성장은 해당 판에서만 유지되며, 실질적인 영구적 강화는 아웃게임으로 뺐음.
그래서 방치형 RPG는 계속 성장 컨텐츠가 소모되는 것에 비해 인게임 성장이 매번 초기화되어 성장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춤.

2. 전투의 조작을 다시 추가하는 대신 강화 버튼을 덜 누르지만, 한번에 체감이 잘 되는 정도로 성장함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궁수의 전설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꼭 이 방향으로만 진화하지는 않는다.


혹시 용사식당이라는 게임을 아는가?

나는 달토끼 키우기를 하면서 이 게임이 생각났다.

내가 플레이했던 시기인 용사식당 시즌1 클리어를 기준으로

용사식당은 방치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조작을 최소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조작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형태로 게임이 발전한 케이스의 게임이다.

오잉?

아까까지 모바일 로그라이트가 더 진화했다고 말했는데,

왜 조작을 권장하는데 재미있는걸까?

방치형 게임의 재미는 용사님 돌았어요 리뷰에서도 말했듯 '성장의 재미'를 주기 위함이다.
특히 '키우기' 게임은 뽑기를 통해 장비/스킬들을 획득하고, 골드를 소비해 스탯을 강화하며 이외의 여러 수단들을 통해 캐릭터를 키우는게 주된 성장의 재미이다. 이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는 계속 성장을 해야하고, 그럴려면 성장할때 쓸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키우기 게임이 선택한 방법은 전투를 자동으로 바꾸고 전투에 쓰는 시간을 성장으로 전환시키는 디자인을 택했다.
즉 기존에 적들을 죽이려고 뛰어다니고 공격키를 누르는 대신 여러 UI를 바꿔가며 강화 버튼을 누르는 식으로 게임 플레이를 바꾼것이다.

예시로 인디게임개발 갤러리에서 유명했던 주모 키우기라는 게임도 Idle 장르라 동일한 장르문법을 따른다.
클리커 게임은 클릭 또는 시간당 버는 재화를 통해 재화를 획득하고, 재화를 소모해 획득하는 재화의 양을 늘리는 게임을 의미한다.
특징으로 재화 벌이는 클릭, 나중에는 클릭보단 시간에 기대거나 오토클리커를 사용해 재화 획득에는 신경쓰지 않고, 어떤걸 강화해야지 더 재화 획득량이 효율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지 판단하고 강화버튼을 누르는게 주된 게임플레이로 변한다는 점이 있다.
참고로 뭐가 더 강해지는지 효율적인지 판단하는 재미를 핵심 재미로 발전시킨 게임을 찾으면 레벨업시 3개의 강화중 하나를 고르는 뱀서라이크 장르가 나온다, 그냥 그렇다고.

근데 이건 아까 질문의 답이라고 볼 수 없다.

여전히 조작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두 장르의 게임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용사식당 같은 게임은 메인 게임과 서브게임 사이를 전환할 수 있는 게임이기를 추구한다면
용사님 돌았어요 같은 게임은 서브 게임에 가깝다.

메인 게임은 말 그대로 주로 하는 게임을 의미한다. 예시로 인디든 AAA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시간동안 앉아서 몰두해서 하는거면 메인 게임이다.

보통 서브컬처 가챠 게임들이 메인게임이랑 서브게임 사이에 있는 게임이기를 선호한다.
메인 스토리나 이벤트 스토리를 밀때는 최소 1시간 이상은 각 잡고 플레이해야 하지만, 주간 숙제 없이 일퀘할때는 뭐 5분이면 끝난다.
전자는 메인게임으로 잡고 가야하는거고, 후자는 서브게임으로 잡고 가야하는 디자인인 셈이다.

서브게임이길 추구한다면 Idle류인 Alter Ego를 예시로 들 수 있음. 이 게임은 하루동안 잡고 오래하고 싶은 류의 게임은 아니다.
대신 가끔 재화 쌓인거 써서 강화하고, 매일매일 심리테스트 하나정도 진행하면서 보는게 오히려 더 재밌다.
이때 하루에 플레이 시간이 30분 채 걸리지 않는다. 메인 게임과 정반대로 가볍고 짧게 할 수 있는 느낌에 가까움.

게임을 여러개 플레이 한다고 할때 메인 게임을 2개 이상 들고 가면 일상생활에 시간이 부족해질 것이다. 그야 평일에 게임만 2~3시간 이상 하면 직장인의 경우 지장이 많이 가니까. 그래서 보통 게이머는 메인게임 1개에 서브게임 여러개를 들고 가는 식으로 구성한다.

이때 개발사 입장에서 게임이 서브 게임으로 포지셔닝하면 접속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고, 반대로 메인 게임으로 포지셔닝하면 부담이 클수밖에 없다. 이때 서브 게임이지만 인게임에 컨트롤적 요소를 추가한다면 서브게임이면서도 일부 조건에서 메인 게임으로 취급할 수 있는 게임이 되는 유동적인 디자인을 갖추게 된다.

용사식당으로 설명해보자.

용사 식당의 경우 하루에 획득하는 재화 양이 명확히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하루에 올릴 수 있는 능력치도 결국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스테이지를 진행하려면 시간적으로 기다려야한다.
근데 여기서 컨트롤적 요소가 변수를 만들어낸다.
키우기 게임의 스탯기반 싸움의 경우 승패가 결정론적이다. 스탯을 기반으로 전투를 진행하기 때문에 계산한 결과가 바뀔 요소가 없다.
근데 여기서 플레이어의 컨트롤이 전투에 개입하면서 변수로 작용한다.
만약에 엄청난 컨트롤을 통해 기존에 매턴마다 체력이 50%를 깎이는 패턴을 10%만 깎이게 파훼한다면?
컨트롤을 통해 기존에 요구하던 스탯이 적더라도 더 오래 살아남고, 더 오래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실질적으로 클리어 가능한 스테이지는 현재 전투력+내 컨트롤 실력(음수도 가능)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면 컨트롤이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빨리 진행을 할 수 있게 된다.(진행도만큼 시간당 보상을 더 주는 경우)
그러면 컨트롤이 안좋은 사람은?
게임 컨트롤 실력이 나쁜 사람 일지라도 결국에 시간이 지나서 전투력이 오르면 스테이지를 깨게 된다.

즉 유저의 성향에 따라 천천히해도 빨리해도 둘다 허용하는 디자인인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저에게 해당 게임이 메인 게임으로써의 취급될지 서브게임으로써의 취급될지 갈린다.
내가 어떻게든 시간 투자해서 몸 비틀기 해서 한 스테이지라도 더 깨보겠다. -> 메인 게임으로 취급한다
그냥 일퀘만 잘 하고 천천히 스테이지 밀겠다. -> 서브 게임으로 취급한다.

컨트롤적 요소가 게임에 개입 가능하게 만들어서 이런 차이가 만들어진다.

용사식당만 저런게 디자인을 사용하는게 아니다.
서브컬쳐 가챠게임들 보면 다 저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카오스 제로 나이트의 경우에도 카오스만 몇십번 돌아서 최적의 세이브 데이터를 빌딩한다던가
림버스 컴퍼니에서 거울굴절철도 컨텐츠에서 어떻게든 조합 찾아내서 턴깎을 한다든가
블루 아카이브에서 총력전작을 한다던지 등.
기본적으로 가벼운 게임이지만 파고 들어갈 여지/컨텐츠를 마련해놓았다.
파고 들어갈 게이머들을 위해.


달토끼 키우기도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방치형 키우기 게임들의 한계는 앞서 언급했던

1. 결국 메인 게임에 적합하지 않은 게임 구조
2. 언젠가 한계에 도달할 성장컨텐츠인데

컨트롤적 요소를 추가함으로서 1번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본다.

Like 용사식당처럼.

이게 다른 모바일 방치형 키우기 게임과 차별되는 달토끼 키우기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하루만 해보고 바로 칼럼 쓰는게 맞는건가 싶긴 한데 뭐 생각난대로 막 적어본다.

어디 논문 인용한거 아니고 뇌피셜 적은거라 근거 요구하면 말 할수 있는게 없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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