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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게임 비평을 주제로 하는 유일한 웹진이라 글들을 재밌게 읽었다.
매년 이 웹진은 공모전을 주최하는데, 한번 참여해보는게 좋을 것 같아서 시도해보았다.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fa6f59d8-874a-4acf-b315-5280cd76fc46
내게 '비평'은 굉장히 생소한 영역이다. 기존 수상자들만 봐도 다들 작가로 활동하는 어른들이다.
특히 영화 비평, 만화 비평처럼 이미 오랜 역사가 있는 분야들과 달리 게임 비평은 자료가 더욱 부족한 영역이다.
그래서 사실 좀 애먹었다.
수상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내후년이면 모를까 아무것도 모르는 고3이 약 2주 작성한 글로 수상하기란 한참도 어려워보였다.
그래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글을 제출하였다.
사회의 변화에 적응하는 게임의 자동화로 인한 인간의 소외 현상, 그러니까 소비자가 게임에서조차 제3자가 되는 문제점을 요즘 최근에 나온 모바일 게임들을 예시로 들며 설명해나갔다.
아무래도 떨어진 이유는 글쓰기가 미숙함 + 게임 위주라기보단 게임을 예시로 들고 메인이 게임이 아님 + 주제가 좀 난잡함 이여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냥 글을 못써서 그렇다는 것이다.
다음번에는 좀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작성한 글은 다음과 같다.
다운 받기 귀찮다면 구글 링크를 보거나 아래에서 읽는걸 추천한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Gj5UxCYJilz_5zpbbbtMqpp-YAwTZN72FrwnivxdYV8/edit?usp=sharing
최신 모바일 게임으로 보는 소비자의 제삼자화
인간은 게임에서조차 자동화의 꿈을 꾸는가.
1. 서론, QA 수업
3월 초, <용사님 돌았어요?(2025)>를 플레이하라는 QA 수업 과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모바일 보드게임일 것이라 예상했다. 111%라는 익숙한 게임 회사, 보드 위에 서 있는 작은 캐릭터, 45도 회전된 시점은 <모두의 마블(2013)>의 짙은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보드게임류 게임이 아니었다. 게임의 장비 시스템은 독특하기로 유명한 <버섯커키우기(2023)>의 장비 시스템과 흡사했고 자동 전투는 현대 방치형 키우기 게임과 같은 방식을 채용하였다. 이러한 면에서 <용사님 돌았어요?(2025)>의 첫인상은 이것저것 다 섞어놓은 짬뽕 같은 게임이었다.

<용사님 돌았어요?(2025)>를 플레이하면서 <카피바라 GO!(2024)>이 계속 떠올랐다. 조금 의아해할 수도 있다. 두 게임은 시점도 다르며(탑다운과 사이드), 그래픽 컨셉도 다르고(픽셀과 2D 캐주얼), 다운로드 수의 차이도 극명하다(50만+, 1000만+). 그런데 왜 두 게임이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는 걸까?
2.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
<용사님 돌았어요?(2025)>에서 진행하기 위해서는 주사위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버튼을 누르면 주사위값이 나오며 미니어처 크기의 픽셀 용사가 보드 위에서 이동한다. 이후 용사가 도착하는 칸에 따라 이벤트가 발생한다. 전투 이벤트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왼쪽에 용사 오른쪽에 적이 놓여있는 팝업창이 나온다. 플레이어는 전투가 끝날때가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
<카피바라 GO!(2024)> 또한 버튼을 통해 진행하는 형식을 지닌다. 뗏목 위에 표류하는 귀여운 카피바라는 다음날 버튼을 누를 때마다 바다를 이동하여 이벤트가 발생한다. 여기도 전투가 주로 발생하며 자동으로 진행된다. 결국 버튼을 통해 진행하고,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둘은 동일한 장르의 게임인 것이다. 그럼 이런 게임들은 무슨 장르일까? 자동 전투로 진행하기 때문에 방치형 게임일까? 나는 이 게임들을 방치형 게임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본다.
두 게임은 기존의 방치형 모바일 게임과는 거리가 있는 게임들이다. 방치형 게임의 자동 전투는 전투에 집중되어 있던 플레이어의 경험을 전투가 아닌 성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눈속임으로서 기능한다. 방치형 게임에는 자동 전투가 있지만 플레이어는 여전히 바쁘다. 일일 던전을 돌아야 하며 재화를 소모해 스탯을 강화해야 하고 퀘스트 보상을 획득하고 장비를 뽑는 등 여유로워진 만큼 더 바빠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투라는 메인 영역이 강화라는 영역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카피바라 GO!(2024)>와 <용사님 돌았어요?(2025)>의 자동 전투는 그런 목적으로 기능하는 요소가 아니다.
방치형 장르가 자동 전투를 활용해 강화를 주 컨텐츠로 만드는 게임이라면, 뱀서라이크는 조작을 단순화하여 강화의 재미를 증폭시키는 쪽에 가깝다. 두 게임은 굳이 따지자면 뱀서라이크에 가깝다. 그렇다면 두 게임의 장르는 뱀서라이크일까? 안타깝게도 뱀서라이크는 조작을 제거하는 디자인을 용납하지 않는다. 공격을 자동으로 하는 대신 이동을 조이스틱으로 유지할 뿐 실력 측면에서 조작할 여지를 남겨둔다. 두 게임은 두 장르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가운데에 있다고 느껴진다.
장르는 진화를 거듭한다. <로그(1980)>는 로그라이크를, 로그라이크는 로그라이트(로그라이크-라이크)를 낳았고 로그라이트는 뱀서라이크를 낳았다. 방치형 게임이라고 다를까. 단순 클리커류 게임에서 뽑기를 통한 장비 강화까지 여러 변화를 거쳐왔다. 이러한 과정 끝에 나온 마지막 장르를, 나는 <카피바라 GO!(2024)>와 <용사님 돌았어요?(2025)>의 장르, 버튼형 로그라이크라고 생각한다.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버튼을 눌러 진행하는 인게임. 게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혼자서 진행되지 않는다. 핸드폰을 꺼놓고 있어도 전투가 진행되는 방치형 게임과 달리 플레이어가 진행 버튼을 눌러야지 진행되는 형식을 지닌다. 둘째, 방치형 게임과 같이 자동화된 전투. 전투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플레이어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장비 선택이나 강화에 대해서는 선택할 여지가 있더라도 전투 과정에서는 플레이어의 조작이 격리되어야 한다. 셋째, 로그라이크 특유의 강해지는 것이 명확히 느껴지는 인게임 성장 시스템. 이 부분은 게임마다 갈리는 부분이다. <용사님 돌았어요?(2025)>의 경우 강력한 장비를 획득하거나 좋은 버프를 획득하는 방법을 통해 재미를 유도하고, <카피바라 GO!(2024)>의 경우 뱀서라이크 특유의 레벨업을 통한 강화 3중 1 선택 방식을 채용한다. 마지막으로 현재 모바일 게임들의 기본 틀처럼 통용되는 상점/장비/모험/던전/강화 5가지 요소로 구분된 아웃게임 디자인. 주로 상점에서 현금 결제(현질)을 진행하고 장비 탭에서 장비를 장비/합성하며 던전 탭에서 일일퀘스트를 돌고 강화 탭에서 영구적인 스탯 강화를 진행한다.
이러한 버튼형 로그라이트 게임은 슬롯머신이라는 모바일 게임계의 예견된 패러다임을 암시한다[1].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득세하고 뱀서라이크 게임이 범람하는 현대의 모바일 게임계에서도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가히 슬롯머신에 제일 근접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끝없이 발전하며 슬롯머신에 가까워지는 모바일 게임, 이런 게임을 우리는 마냥 좋아하기만 해도 괜찮은 것일까?
3. 운과 실력이 섞일 때
나는 게임을 잘 못한다. 하지만 게임은 잘 알고 있다고는 자부한다. 이건 피지컬이 낮지만 뇌지컬이 좋다고 재진술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피지컬적인 요소가 적고 뇌지컬적인 요소가 높은 게임, 정확히는 순수 실력과 운적 요소가 적절히 섞인 게임을 좋아한다. 이걸 게이머의 용어가 아닌 학자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아곤과 알레아[2]적 요소가 적절히 섞인 놀이를 좋아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용어가 어떻든 어떤 게임의 실력으로 평가하는 요소는 ‘운’과 ‘피지컬’이다.
운은 확률적 요소, 난수 발생기(RNG)가 만들어내는 불확정성이다. Nat 20이나 100 펌블[3]이 뜨든, <디아블로4(2023)>에서 레전드 등급 아이템이 나오거나, <메이플스토리(2005)> 보보보 추옵이 뜰지는 온전히 운에 달려 있다[4]. 반면 실력은 플레이어가 축적한 경험과 낼 수 있는 퍼포먼스, 뇌지컬(전략적 판단)과 피지컬(손과 눈의 반응 속도)의 합이다.

게임에서는 두 요소가 서로 섞인다. <모두의 마블(2013)>에서는 주사위 굴림이 실력의 일부다.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 게이지 조절을 통해 플레이어는 의도적으로 숫자를 높게 혹은 낮게 조정할 수 있다. 마치 윷놀이에서 윷을 굴려 모를 더 많이 만드는 것처럼 내 노력에 따라 확률조차 통제할 수 있다. <운빨존많겜(2024)>과 <특급주술대전(2025)>은 111%사의 유명한 모바일 게임으로, 이런 요소를 메인 시스템으로 활용한 독특한 게임이다. 두 게임은 모두 디펜스 게임으로 골드를 소모하여 영웅/주술을 뽑는다. 이때 ‘뽑는다’는 유닛을 생산할 때 뽑는다는 의미가 아닌, 장비를 뽑을 때의 뽑는다를 의미한다. 등급이 나누어진 장비 뽑기처럼 확률에 따라 낮은 등급이 스킬을 얻을 확률이 높고, 높은 등급의 스킬을 얻을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기본 유닛 생산에 뽑기를 포함하는 혁신적인 게임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두 게임에서 뽑기 확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게임들과 차별점으로 작용한다.
<슬레이어 키우기(2021)>처럼 기존의 방치형 게임의 장비 뽑기 시스템도 뽑기 확률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방치형 게임의 경우 뽑기 확률을 강화하는 방법이 뽑기를 일정 횟수 이상 시도하는 것으로, 사실상 정가[5]를 치는 것 혹은 스탯 증가와 유사한 선형적 강화 시스템에 가깝다. <버섯커 키우기(2023)>의 경우 <특급주술대전(2024)>처럼 골드를 통해서 뽑기확률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인게임/아웃게임이 분리되지 않은 강화로, 선형적인 강화 시스템의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기존 방치형 게임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특급주술대전(2025)>은 그렇지 않다. 인게임/아웃게임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판마다 새 게임을 진행하고, 강화도 그때마다 초기화된다. 그렇기에 게임 디자인 내의 뽑기 확률 증가의 역할이 달라진다. <특급주술대전(2025)>에서는 스킬은 뽑을수록 비용이 증가한다. 그래서 게임의 기초적인 공략이 초반에 스킬을 최소한으로만 뽑고 펫 컨트롤, 보석으로 고등급 스킬을 뽑아 골드를 아끼며 버티는 것이다. 이후 모은 재화를 뽑기 강화에 투자해 뽑기 확률을 7레벨 이상 올린 이후부터 스킬을 뽑고 강화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똑같이 뽑기 확률이 증가하는 기능이지만 기존 방치형 게임에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형적인 성장의 요소로 사용되고, 최근 111%사의 게임에서는 하나의 전략적 요소로 사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뱀서라이크도 이러한 아곤과 알레아가 조합된 재미를 선사한다. 뱀서라이크 게임의 핵심은 3선택이다. 레벨업을 통해 강화할 수 있는 3가지 선택지를 확인한 뒤, 현재 스킬들과 조합이 잘 맞을 것 같은 스킬을 골라 한 가지를 획득한다. 내가 원하는 스킬이 잘 뜰 수도 안 뜰 수도 있지만 그런 선택지들 속에서 적절한 시너지 조합을 찾아내는 건 실력에 속한다. 이렇듯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에서 확률은 통제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는 시스템으로서 작동한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은 유저에게 전능감을 선사한다. 유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확률은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하지만 유저들은 확률을 탓하지 않는다. 스킬을 잘못 고른 자신의 선택, 무빙을 잘못 쳤거나 강화가 부족했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탓을 느끼며 확률에 대한 불쾌감을 느끼지 못한다.
4. 실력이 배제된 버튼형 로그라이크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확률을 조작할 요소를 제거한, 알레아를 숭배하는 장르이다. 기존 게임들은 확률을 조작할 요소를 통해 확률 특유의 ‘억까’에 대한 반감을 줄여주었다면,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이를 신경 쓰이지 않게 만들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한판만 하지 않는다. 카드 게임을 할 때 좋은 패가 나온 판이 있고 나쁜 패가 나온 판이 있듯이 로그라이크 게임들도 운이 좋은 런이 있고 나쁜 런이 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결과가 작은 확률로 인해 망해버리면 상실감이 엄청 크다. 하지만 별로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면? 기대하지 않은 만큼 실망감도 줄어든다.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이 점을 이용한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것은 간단하다. 버튼을 누르고 화면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기. 가끔 획득하는 장비나 강화를 골라주고, 드물게 뜨는 상점에서 아이템을 구매하기. 이걸 반복하면 게임은 어느새 끝나있다.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오랜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고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플레이어는 분재가 크는 것을 보듯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기대하며 지켜본다.

여기서 성장 과정을 보는 것은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2021)>이나 <프린세스 메이커2(1994)>와 다르다. 내 딸 같은 주인공을 정성껏 키워 멋지게 달리는/싸우는 것을 보는 경험은 흐뭇한 경험이다. 이 흐뭇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와 캐릭터 간의 친밀감이 필요하다. 친밀감이 생기기 위해서 플레이어와 주인공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관계를 맺는다. 게임이라는 매체는 이 양방향 소통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이들과 다르게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제삼자, 마치 스트리밍을 보는 시청자처럼 일방적인 관계를 맺는 것에 가깝다[6]. 조작의 부재, 소통의 부재, 친밀감의 부재가 게임의 부담감을 덜어 실패의 고통을 줄인 것이다. 오히려 실패의 고통을 느끼기보단 아쉽다는 감정에 가까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5. 스키너 박스와 도파민 버튼 그리고 다른 매체들
이러한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의 구조를 가장 잘 설명하는 심리학 실험은 ‘스키너 박스’다. 심리학자 스키너는 쥐에게 버튼을 누르게 하고, 일정한 확률이나 간격으로 먹이를 제공하는 실험을 통해 행동주의 심리를 증명했다. 버튼을 통해 먹이를 얻는 방법을 알게된 쥐는 더 이상 먹이를 찾아다니지 않는다. 단지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며, 보상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 심리학 실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보상을 명확히 주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주게 되면 어떻게 될까? 부분강화 효과는 버튼을 누를 때마다 보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보상을 주었을 때 오히려 동물이 더 오랫동안 버튼을 누르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역설적으로 확률적으로 성공할 경우 인간이 더 빠져 든다는 말이다.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스키너 박스와 매우 닮았다. 버튼을 눌러 결과가 나온다는 점.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보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점까지. 게임의 디테일까지 신경 쓰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마치 도파민 버튼과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디자인은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의 삶에 최적화된 형태이다. 새벽 1시까지 야자를 한 뒤 아침 7시에 등교하는 삶, 매일 야근을 하는 직장인의 삶에서 나를 위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버스 안에서, 지하철 안에서만큼은 잠깐 쉴 수 있다. 대중교통 안에서 철학 서적을 읽는 것은 어렵지만 버튼 하나만 누르는 게임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게임만 대중교통 안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짧지만 재밌는 컨텐츠의 수요가 늘어나며 웹툰이나 웹소설이 유행하고 쇼츠가 떴다.
이들의 형식은 제각각 다르다. 글, 그림, 영상 그리고 게임. 각각 나름의 독보적인 매체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그 실상은 비슷하다. 매체들은 짧은 시간 안에 소비자들에게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 남성향 웹소설은 아카데미나 나데나데라는 틀 아래에 주인공이 손해를 보지 않고 성장만 하고 강해지는 모습만 보여준다. 로맨스 판타지 웹툰은 여주인공을 기준으로 기사, 왕자, 마법사 등 상위 계급의 남성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들을 양산하며 쇼츠는 60초 이하의 의미 없는 영상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읽어주는 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러한 컨텐츠를 요구한다.
결국 바쁜 현대인에게 핸드폰은 각자 다른 형식과 방법을 통해 도파민 버튼으로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6. 숏폼 시대에 롱폼 컨텐츠를 추구하면 안되는 걸까?
도파민 버튼은 나쁜 것이 아니다. 추구하는 재미의 종류, 그러니까 쾌락의 질이 다르다.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은 짧고 빠른 재미를 추구하는 것뿐이다. 이 대척점에 있는 대표적인 게임은 TRPG이다.
Tabletop Role Playing Game, 줄여서 TRPG는 여러 사람이 책상에 모여 몇 시간동안 주사위를 굴리고 떠들며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티알피지에서 플레이어들은 마스터(사회자)의 리드에 따라 하나의 연극을 진행한다. 게임의 그래픽은 최소화되어 있다. 마스터가 묘사해 주는 설명을 바탕으로 배경, 인물, 상황 등을 상상하며 한 명의 캐릭터로써 연기한다. 게임은 거의 제한되어 있지 않다.
플레이어는 직접 시나리오 속에서 활동한다. 캐릭터를 연기하며 새로운 관계를 맺고 모험을 진행하며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적극적으로 게임에 참여한다. 플레이어는 한 명의 참여자로써 게임에 몰입하게 된다. 플레이어를 게임에서 제삼자로 만드는 방치형 게임과 대비된다.
그렇기에 TRPG는 한판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 게임이다. 버튼 한번을 누르면 진행되는 모바일 게임과 다르게 사람들과 직접 말을 하며 연기를 하며 진행을 기다려야 한다. 짧으면 1~2시간 만에도 끝나지만 보통 주말 중 하루를 쓸 각오를 해야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TRPG를 한다. 그 시간 이상의 재미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꼭 TRPG만이 소비자의 능동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컨텐츠인 것은 아니다. 소설에는 율리시스처럼 전공자들조차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면서 읽어야 하는 책도 있고 유튜브에도 3시간짜리 인도 코딩 강의가 있다. 롱폼 컨텐츠는 죽지 않았다. 사람들이 찾지 않을 뿐이다.
7. 결론: 능동적인 플레이어, 수동적인 소비자
TTRPG 시대의 플레이어는 세계의 창조자였다. 마스터의 인도 아래 플레이어들은 상상하고, 선택하며, 연기했다. 2000년대 대유행했던 MMORPG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2005)>의 공대장은 현실에서도 유능하다고 평가받았으며 오염된 피 사건[7]은 가상 세계의 문제인데도 현실 의학계의 연구 주제가 되었다. 우리는 게임을 소비하는 플레이어이지만, 우리는 그 동시에 하나의 창조자였다. 하지만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사고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전투력이 오르면 보상을 수령한다. 슬롯머신에서 당첨되기를 기대하며 레버를 당기고, 다음 쇼츠는 재밌을지 스크롤 하듯 창조자에서 소비자로 다시 격하되었다. 어쩌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가속화된 자동화 시대에 버튼형 로그라이크 게임의 등장은 필연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노동에서 소외되고 사회에서 단절되며 게임에서마저 제삼자가 되어버린 우리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각주
1.박수진, “보는 게임의 한복판에서 보는 현재: 게임유튜버 김성회” GG vol. 03, 21.12.10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71cdece1-8b00-436f-b729-efb29ec0da95
2. 로제 카이와.『놀이와 인간-가면과 현기증』, 이상률, 문예출판사(2018)
3. TRPG의 상향식 하향식 판정의 결과로, 대성공, 대실패로 치환해서 이해할 수 있다.
4. 실제로 큐브에서 보보보가 뜨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련 자료는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을 참고.
5. 가챠게임등에서 일정 횟수 이상 뽑기를 시도하여 실패했을 경우 원하는 상품을 확정적으로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6.박이선, “스스로 움직이는 게임: 방치형 게임에서의 플레이들” GG vol. 03, 21.12.10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d346802c-cbad-4887-a9f9-9636a3583c6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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